선친과의 소통공간 2009. 4. 29. 16:42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

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

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아~ 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1998년 4월 안동 정상동 택지 조성을 위해 이곳에 있던 분묘를 이장하던 중 조선

기를 살았던 고성이씨 이응태(1556-1586)가 염습 당시의 모습 그대로 출토되었

다.
이응태의 가슴 위에에 편지가 하나 있었는데 , 부인이 31살에 죽은 남편에게 보

편지글이었습니다.
"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하는 "思夫曲"은 남편을 여윈 아내의 애절한 사랑이 구

절이 간절하게 표현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아내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내용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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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둘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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