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의♥ 생활발견 2010. 9. 8. 21:55

소탐대실 小貪大失

뭐 그다지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작은 욕심을 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고 명쾌하게 정리돼 있다.

그런데 이나라 지도층에 속하는 장차관,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소탐대실을 모르는 것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고깃덩이를 문 개가 냇물에 비친 자기모습을 보고탐이나서 짓느라 고깃덩이를 떠내려 보낸다는 우화가 기억난다.

딸에게 5급 특별채용의 혜택을 주기위한 과욕의 결과로 장관직을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사례는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다.

이런 정도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세계경제 10위권 대한민국의 외교와 통상을 책임지는 장관이었다니 오호통제라!

외교와 통상에는 귀신이었는지 몰라도 윤리와 도덕과 세상 살아가는 상식에는 등신이었나 보다.

아니 국가의 외교 통상정책 역시 소탐대실을 해오지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국회의원들의 소탐대실도 장관에 못지않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뼈빠지게 벌어서 낸 국민연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인데

국민을 대변하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노후대책'에 해당하는 전관예우를 추가했다.

장관과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행동이 하도 어이가 없으니까 입담 걸죽하고 풍자 잘하는친구의 한마디가 좌중의 압권이었다.

"그 인간들 무뇌아 아냐? 하는 짓들이 어떻게 어린애보다도 못해?"

이쯤되면어린애들도 왜 우리하고 비교하냐며 기분나빠 할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 친구 한마디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지다.

그 친구의 일갈이 아니더라도 1970년대 사회상을 통렬하게 풍자했던 김지하 시인의 '五賊'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서슬퍼렇던 독재권력을 떠받들고 있던 권력핵심을 직접 겨냥한 譚詩로서 고통받는 민중들에게 통렬한 대리만족을 주었다.

당시 '오적'으로 지목당한 지배그룹은 분기탱천, 김지하 시인에게 '북을 이롭게 했다(용공)'는 죄목을 씌워 감옥에 집어 넣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지하는 억압받고 고통받는 민중의 입장에서 독재권력에 항거하는 '저항시인'의 대명사가 된다.

그로부터 40년 세월이 흘렀고 시대도 많이 바뀌었다.

김지하 시인의 행보도 시대변천에 따라서 많이 바뀌었지만80년대 필자가 노동운동을 할 당시 김지하 시인은 우리의 우상이었다.

40년 전에 발표되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의 오적이란 담시가 생각나는 것은 지금의 사회상과도 너무나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숱한 댓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여러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룩했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국민들의 저항과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오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MB정부까지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각의 정권은 개혁과 혁신의 이름으로이른바 오적에 속한 집단들이 구축해 놓은 부정 부패의 사슬들을 끊는 노력을 기울였다.

군부 내에 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정치개혁, 재벌의 비자금 수사,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및인사청문회 실시 등등

하지만 지금 드러나는 사회지도층의 추악한 단면을 보노라면 '오적'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오적이 어떤 집단인가를 다시 곱씹지 않더라도 권력의 핵심을 이루는 집단은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듯이 새로운 도적질의 필살기를 개발해 낸다.

MB정권이 개각을 통해 임명하려던 국무총리 및 장관들 대다수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흠결이 드러났다.

단골메뉴가 된 위장전입에 해당되지 않는 장관후보는 '세상을 얼마나 시원찮게 살았느냐'는 핀잔을 받을정도로 지도층에겐 만연된 범법행위다.

결국 총리 및 장관 후보2명이 낙마하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어디 그 뿐일까?

아마도 지금 오적에 해당하는 지도층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 검증 잣대를 다시 들이댄다면 얼마나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지도층의 윤리 도덕 불감증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현직장관의 자기 딸 특채의혹 사건이 터졌다.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다가 몰랐다고 하더니 그에 장관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속속드러나는 물증앞에 더이상 부인하거나 모른다며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한나라의 외교와 통상을 책임진 외통부 장관과 외통부에서 벌인 추태는해외토픽감이다.

나라의 체면은 뭐가 되고, 국민들 상처입은 자존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판 음서제도라 할, 외교통상부장관 딸에 대한특채사건은 그 자체만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것이 국민들 정서다.

지도층이 자녀의 학교입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던 전력이 비난 받는 것은 실정법 위반과 더불어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특별 채용할 대상자를 내정해 놓고, 공채형식으로 위장한 외통부의 특채사건은 죄질이 훨씬 더 나쁘고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상사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해서 선의의 응시생들을 울렸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이러한 관행은 꽤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고, 인사라인에서 '상사에게 가장 확실히 신임을 얻는 비법' 쯤으로 전수돼 오지 않았을까 싶다.

부도덕한 담합의 결과로 자식의 앞길이 열린 상사는 '충성심'을 발휘한 부하직원에게 어떤 형태로든 인사상의 '보은'을 했을 것은 불문가지.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 비단 외통부내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럴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특별감사, 국정조사, 특검 등이다.

그런데 특감은 고위공직자가 하고, 국정조사는 국회의원이, 특검은 판검사출신 변호사가 한다.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 또는 김태동 교수가 지목한 신오적(新五賊, 언론, 공해범, 부동산 투기범, 공무원, 판검사 변호사)에 속하는 집단이다.

이쯤되면 그 어느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국민들 입에서는 '믿을놈 하나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 중에서도 국회의원은 국감 혹은 특검 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국정감사는 본인들이 직접한다.

국회의원 모두를 다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보편적인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앞서 잠시 예를 들었는데 '전관예우' 차원에서 전직 국회의원에 대해 국민들 세금으로 매월 120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것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통과시킬 당시는 선배들에 대한 '전관예우'라 하지만 얼마 안있어 자신이 받게 될 혜택이었다.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없었고,진보적이라 자처하는 군소정당의 국회의원들도 반대했다는 주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대했지만 쪽수가 적어서 역부족이었다면온 몸으로단상을 점거하든가 마이크를 빼앗든가 육탄으로 돌격하다가 경위들에게 들려나오기라도 하든가.

힘이 부족한 소수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란 국민의 편에서 대변한다는 명문을 가지는 것이고, 그럴 경우에 언론도 있고, 여론도 있지 않은가?

뒤늦게 이 문제가 사회이슈가 되어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그 결과로 진보적인 국회의원들이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국민정서 즉 여론의 힘이다.

어쨌든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보조금 제도가 세간의 주목조차 끌지 못하고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은 어떠한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알았다면 묵인 방조를 했다는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직무를 해태한 것이다.

만약 뒤늦게라도 여론의 질타가 없었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을 것이고, 뒤에 자신들도 그 제도의 수혜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정안 발의는 생색이아니라 참회이고 속죄의 자세여야 마땅하다.

물론 이제라도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그나마 개혁적인 사람들이고 소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민여론이 이렇게 들끓는데도 개정안 서명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이 얼마 안된다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입법기관인 국회,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현주소가 이렇다.

행정부의 총리와 장차관만 소탐대실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도 소탐대실을 하고 있다.

김지하 시인이 통렬하게 비판했던 五賊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기에'오적'에 대한 글을 퍼다가 덧붙인다.

(출처는 하단에 표기)

[퍼온 글]


시인 김지하(68ㆍ사진)씨가 '2009 오적(五賊)'을 발표했다.

그는 11일 출간된 계간문예지 '자음과 모음' 봄호에
1970년 발표했던 자신의 시 '오적'을 싣고,
그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 15컷을 새로 그려 발표했다.

'오적'은 김씨가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발표했던 시다.

박정희 정권 당시의 특권층인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빗대 풍자한 담시(譚詩)이다.

김씨는 그들을 다섯 도둑으로 규정하고,
그 각각에 개 견(犬) 부가 들어가는 한자를 써서 신조어를 만들었다.

개 같은 오적이 도둑질 시합을 벌인다는 것이 시의 내용이다.

오적’을 쓰던 당시의 심정을 훗날 김지하는
“오적이 있으니까 오적을 썼다”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 부류의 부정 부패 분자들을 통렬하게
풍자하면서 생존권마저 박탈당한 채 고통받고 있는

민중의 현실을 정면에서 문제삼은 일종의 단형 서사시가 바로 오적이다.

'오적' 발표 직후인 그 해 6월 구속된 김씨는 1970년대 저항시인의 대명사가 됐다.

'2009 오적'은 시의 내용을 형상화한 익살스런 그림들과 함께 실렸고
각 그림에는 '소해 설날 지하 그림'이라는 서명이 붙어있다.

김씨는 '2009 오적'이란 시 제목 밑에는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뒤
'똑 좀비처럼! 한 거지시인이'라는 글을 적어넣었다.

김씨는 "요즘은'오적' 이 아니라 '오백적', '오천적'이 있는 시대"라며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한 젊은이들을 보고, 그들 사이에 풍자적 감각이

유행하는 것 같아 '오적'에 코믹한 삽화를 그려넣어 다시 발표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자음과 모음' 봄호에는 '오적' 의 절반 정도의 분량이 수록됐으며,
5월 중순 나올 '자음과 모음' 여름호에는 포도대장과 오적이 벼락을 맞아 죽는 장면 등을 담은
그림 10편 정도가 더 추가돼 '오적'의 나머지 부분이 모두 수록돼 나올 예정이다.


▲ 계간 '자음과모음'(五賊). /자음과모음 제공


오적(五賊)

김지하 담시(譚詩)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것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기를 하나 쓰것다.

엣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흘날 백두산 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아흐로 단군이래
으뜸가는 태평 태평 태평성대라
그 무슨 가난이 있겠느냐
포식한 농민은 배터져 죽는 게 일쑤요
비단옷 신물나서 사시장철 벗고사니
고재봉 제 비록 도둑이라곤 하나
공자님 당년에도 도척이 났고
부정부패 가렴주구 처처에 그득하나
요순시절에도 사흉은 있었으니
아마도 현군양상(賢君良相)인들 세살 버릇 도벽(盜癖)이야
여든까지 차마 어찌할수 있겠느냐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것다.
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족
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 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솟구싶은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가 부어 남산만하고 목질기기는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五賊)의 소굴이렸다.
사람마다 뱃속이 오장육보로 되었으되
이놈들 배안에는 큰 황소불알만한 도둑보가 곁붙어 오장칠보,
시 한 왕초에게 도둑질을 배웠으나 재조는 각각이라
밤낮없이 도둑질만 일삼으니 그 재조는 또한 신기(神技)에 이르렀겄다.

하루는 다섯놈이 모여
십년 전 이맘때 우리 서로 피로써 맹세코 도둑질을 개업한 뒤
날이날로 느느니 기술이요 쌓으느니 황금이라,
황금 십만근을 걸어놓고
그간에 일취월장 묘기(妙技)를 어디 한번 서로 겨룸이 어떠한가
이렇게 뜻을 모아 도(盜)짜 한자 크게 써 걸어놓고 도둑시합을 벌이는데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 듯, 구름은 둥실
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쌌는다.




첫째 도둑 나온다 재벌이란 놈 나온다
돈으로 옷해 입고 돈으로 모자해 쓰고 돈으로 구두해 신고 돈으로 장갑해 끼고
금시계, 금반지, 금팔지, 금단추, 금넥타이 핀, 금카후스보턴, 금박클, 금니빨, 금손톱, 금발톱, 금작크, 금시계줄.
디룩디룩 방댕니, 불룩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저놈 재조봐라 저 재벌놈 재조봐라
장관은 노랗게 굽고 차관은 벌겋게 삶아
초치고 간장치고 계자치고 고추장치고 미원까지 톡톡쳐서 실고추과 마늘 곁들여 나름
세금받은 은행돈, 외국서 빚낸 돈, 왼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이쁜 년 꾀어서 첩삼아 밤낮으로 작신작신 새끼까기 여념없다
수두룩 까낸 딸년들 모조리 칼쥔놈께 시앗으로 밤참에 진상하여
귀뜀에 정보얻고 수의계약 낙찰시켜 헐값에 땅샀다가 길뚫리면 한 몫잡고
천(千)원 공사(工事) 오원에 쓱싹, 노동자임금은 언제나 외상외상
둘러치는 재조는 손오공할애비요 구워삶는 재조는 뙤놈술수 빰치겄다.





또 한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양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들고 대갈일성, 쪽 째진 배암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닷, 부정축재는 축재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선거는 선거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兵不) 후사, 치자즉 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 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국민 그리알고 저리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셋째놈이 나온다. 고급공무원 나온다.
풍신은 고무풍선, 독사같이 모난 눈, 푸르족족 엄한 살,
콱다문 입꼬라지 청백리(淸白吏) 분명쿠나
단 것을 갖다주니 쩔레쩔레 고개저어 우린 단것 좋아 않소,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말구
어허 저놈 뒤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이쪽보고 히뜩히뜩 저쪽보고 혜끗혜끗, 피두피둥 유들유들
숫기도 좋거니와 이빨꼴이 가관이다.
단것 너무 처먹어서 새까맣게 썩었구나, 썩다못해 문들어져
오리(汚吏)가 분명쿠나
간같이 높은 책상 마다같이 깊은 의자 우뚝나직 걸터앉아
공(功)은 쥐뿔도 없는 놈이 하늘같이 높이 앉아 한손으로 노땡큐요 다른 손은 땡큐땡큐
되는 것도 절대 안돼, 안될 것도 문제 없어, 책상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놈껜 삽살개요 아랫놈껜 사냥개라, 공금은 잘라먹고 뇌물은 청(請)해먹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요정(料亭)마담 위아래로 모두별탈없다더냐.






넷째놈이 나온다. 장성(長猩)놈이 나온다
키크기 팔대장성, 제밑에 졸개행렬 길기가 만리장성
온몸이 털이 숭숭, 고리눈, 범아가리, 벌룸코, 탑삭수염,
짐승이 분명쿠나
금은 백동 청동 황동, 비단공단 울긋불긋, 천근만근 훈장으로 온몸을 덮고 감아
시커먼 개다리를 여기차고 저기차고
엉금엉금 기나온다 장성(長猩)놈 재조봐라
쫄병들 줄 쌀가마니 모래가득 채워놓고 쌀은 빼다 팔아먹고
쫄병 먹일 소돼지는 털한개씩 나눠주고 살은 혼자 몽창먹고
엄동설한 막사없어 얼어죽는 쫄병들을
일만하면 땀이난다 온종일 사역시켜
막사지을 재목갖다 제집크게 지어놓고
부속 차량 피복 연탄 부식에 봉급까지, 위문품까지 떼어먹고
배고파 탈영한놈 군기잡자 주어패서 영창에 집어놓고
열중쉬엇 열중열중열중쉬엇 열중
빵빵들 데려다가 제마누라 화냥끼 노리개로 묶어두고
저는 따로 첩을 두어 운우서수 공방전(雲雨魚水攻防戰)에 병법(兵法)이 신출귀몰(神出鬼沒)


마지막놈 나온다. 장차관이 나온다
허옇게 백태끼어 삐적삐적 술지게미 가득고여 삐져나와
추접무화(無化) 눈꼽낀눈 형형하게 부라리며 왼손은 골프채로 국방을 지휘하고
오른손은 주물럭주물럭 계집젖통 위에다가 증산 수출 건설이라 깔짝깔짝 쓰노라니
호호 아이 간지럽사와요
이런 무식한 년, 국사(國事)가 간지러워?
굶더라도 수출이닷, 안팔려도 증상이닷, 아사(餓死)한놈 뼉다귀로 현해탄에 다리놓아 가미사마 배알하잣!
째진 북소리 깨진 나팔소리 삐삐빼빼 불어대며 속셈은 먹을 궁리
검정세단 있는데도 벤쯔를 사다놓고 청렴결백 시위코자 코로나만 타는구나
예산에서 몽땅먹고 입찰에서 왕창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씹으며
켄트를 피워물고 외래품 철저단속 공문을 휙휙휙휙 내갈겨 쓰고나서 어허 거참 달필(達筆)이다.
추문듣고 뒤쫓아온 말잘하는 반벙어리 신문기자 앞에 놓고
일국(一國)의 재상더러 부정(不正)이 웬말인가 귀거래사(歸去來辭) 꿍얼꿍얼, 자네 핸디 몇이더라?

오적(五賊)의 이 절륜한 솜씨를 구경하던 귀신들이
깜짝 놀라서 어마 뜨거라 저놈들한테 붙잡히면 뼉다귀도 못추리것다
똥줄빠지게 내빼 버렸으니 요즘엔 제사지내는 사람마저 드물어졌겄다
이라한참 시합이 구시월 똥호박 무르익듯이 몰씬몰씬 무르익어가는데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나라망신시키는 오적(五賊)을 잡아들여라
추상같은 어명이 쾅,
청천하늘에 날벼락치듯 쾅쾅쾅 연거푸 떨어져내려 쏟아져 퍼붓어싸니
네이- 당장에 잡아 대령하겠나이다, 대답하고 물러선다
포도대장 물러선다 포도대장 거동봐라
울뚝불뚝 돼지코에 술찌꺼기 허어옇게 묻은 메기 주둥이
침은 질질질
장비사돈네팔촌 같은 텁석부리 수염, 사람여럿 잡아먹어 피가 벌건 왕방울 눈깔
마빡에 주먹혹이 뛸 때마다 털렁털렁
열십자 팔벌이고 멧돌같이 좌충우돌, 사자같이 으르르르릉
이놈 내리훑고 저놈 굴비엮어
종삼 명동 양동 무교동 청계천 쉬파리 답십리 왕파리 왕십리 똥파리 모두 쓸어모아다 꿀리고 치고 패고

차고 밟고 꼬집어뜯고 물어뜯고 업어메치고 뒤집어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팽개치고
때리고 부수고 개키고 까집고 비틀고 조이고 꺾고 깎고 벳기고 쑤셔대고 몽구라뜨리고
직신작신 조지고지지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꾸부러뜨리고
육모방망이, 세모쇳장, 갈쿠리, 긴 칼, 짧은 칼, 큰칼, 작은칼
오라 수갑 곤장 난장 곤봉 호각
개다리 소다리 장총 기관총 수류탄 최루탄 발연탄 구토탄 똥탄 오줌탄 뜸물탄 석탄 백탄
모조리 갖다 늘어놓고 어흥 -
호랑이 방귓소리 같은 으름장에 깜짝, 도매금으로 끌려와 쪼그린 되민증들이 발발
전라도 갯땅쇠 꾀수놈이 발발 오뉴월 동장군(冬將軍) 만난 듯이 발발발 떨어댄다
네놈이 오적(五賊)이지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날치기요
날치기면 더욱 좋다. 날치기, 들치기, 밀치기, 소매치기, 네다바이 다 합쳐서
오적(五賊)이 그 아니냐
아이구 난 날치기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펨프요
펨프면 더욱 좋다. 펨프, 창녀, 포주, 깡패, 쪽쟁이 다합쳐서
풍속사범 오적(五賊)이 바로 그것 아니더냐
아이구 난 펨프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껌팔이요
껌팔이면 더욱 좋다. 껌팔이, 담배팔이, 양말팔이, 도롭프스팔이, 쪼코렛팔이 다 합쳐서
외래품 팔아먹는 오적(五賊)이 그아니냐
아이구 난 껌팔이 아니요
그럼 네가 무엇이냐
거지요
거지면 더더욱 좋다. 거지, 문둥이, 시라이, 양아치, 비렁뱅이 다합쳐서
우범오적(五賊)이란 너를 두고 이름이다. 가자 이놈 큰집으로 바삐가자
애고 애고 난 아니요, 오적(五賊)만은 아니어라우. 나는 본시 갯땅쇠로 농사로는 배고파서 돈벌라고 서울왔소.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네다.
이리바짝 저리죄고 위로 틀고 아래로 따닥
찜질 매질 물질 불질 무두질에 당근질에 비행기태워 공중잡이
고춧가루 비눗물에 식초까지 퍼부어도 싹아지없이 쏙쏙 기어나오는건
아니랑께롱
한마디뿐이겄다


포도대장 할 수 없이 꾀수놈을 사알살 꼬실른다 저것봐라
오적(五賊)은 무엇이며 어디있나 말 만하면 네 목숨은 살려주마
꾀수놈 이말듣고 옳다꾸나 대답한다.
오적(五賊)이라 하는 것은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란 다섯 짐승, 시방 동빙고동에서 도둑시합 열고 있오.
으흠, 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정녕 그게 짐승이냐?
그라문이라우, 짐승도 아조 흉악한 짐승이지라우.
옳다됐다 내새끼야 그말을 진작하지
포도대장 하도좋아 제무릎을 탁치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처 버렸던지 무릎뼈가 파싹 깨져 버렸겄다, 그러허나
아무리 죽을 지경이라도 사(死)는 사(私)요, 공(功)은 공(公)이라
네놈 꾀수 앞장서라, 당장에 잡아다가 능지처참한 연후에 나도 출세해야겄다.


꾀수놈 앞세우고 포도대장 출도한다
범눈깔 부릅뜨고 백주대로상에 헷드라이트 왕눈깔을 미친듯이 부릅뜨고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소리소리 내지르며 질풍같이 내닫는다
비켜라 비켜라
안비키면 오적(五賊)이다
간다 간다 내가 간다
부릉 부릉 부르릉 찍찍 우당우당 우당탕 쿵쾅
오적(五賊)잡으러 내가 간다
남산을 훌렁넘어 한강물 바라보니 동빙고동 예로구나
우레같은 저 함성 범같은 늠름기상 이완대장(李浣大將) 재래(再來)로다
시합장에 뛰어들어 포도대장 대갈일성,
이놈들 오적(五賊)은 듣거라
너희 한같 비천한 축생의 몸으로
방자하게 백성의 고혈빨아 주지육림 가소롭다
대역무도 국위손상, 백성원성 분분하매 어명으로 체포하니
오라를 받으렸다.


이리 호령하고 가만히 들러보니 눈하나 깜짝하는 놈 없이
제일에만 열중하는데
생김생김은 짐승이로되 호화찬란한 짐승이라
포도대장 깜짝놀라 사면을 살펴보는데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이게 어느 천국이냐
서슬푸른 용트림이 기둥처처 승천하고 맑고 푸른 수영장엔 벌거벗은 선녀(仙女)가득
몇십리 수풀들이 정원 속에 그득그득, 백만원짜리 정원수(庭園樹)에 백만원짜리 외국(外國)개
천만원짜리 수석비석(瘦石肥石), 천만원짜리 석등석불(石燈石佛), 일억원짜리 붕어 잉어, 일억원짜리 참새 메추리
문(門)도 자동, 벽도 자동, 술도 자동, 밥도 자동, 계집질 화냥질 분탕질도 자동자동
여대생(女大生) 식모두고 경제학박사 회계두고 임학(林學)박사 원정(園丁)두고 경제학박사 집사두고
가정교사는 철학박사 비서는 정치학박사 미용사는 미학(美學)박사 박사박사박사박사
잔디 행여 죽을세라 잔디에다 스팀넣고, 붕어 행여 죽을세라 연못속에 에어턴넣고
새들 행여 죽을세라 새장속에 히터넣고, 개밥 행여 상할세라 개집속에 냉장고넣고

이상범 블로그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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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둘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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