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 小貪大失
뭐 그다지 어려운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작은 욕심을 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고 명쾌하게 정리돼 있다.
그런데 이나라 지도층에 속하는 장차관, 국회의원들 대다수가 소탐대실을 모르는 것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고깃덩이를 문 개가 냇물에 비친 자기모습을 보고탐이나서 짓느라 고깃덩이를 떠내려 보낸다는 우화가 기억난다.
딸에게 5급 특별채용의 혜택을 주기위한 과욕의 결과로 장관직을 불명예스럽게 퇴진한 사례는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다.
이런 정도의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세계경제 10위권 대한민국의 외교와 통상을 책임지는 장관이었다니 오호통제라!
외교와 통상에는 귀신이었는지 몰라도 윤리와 도덕과 세상 살아가는 상식에는 등신이었나 보다.
아니 국가의 외교 통상정책 역시 소탐대실을 해오지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국회의원들의 소탐대실도 장관에 못지않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뼈빠지게 벌어서 낸 국민연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인데
국민을 대변하라고 뽑아놓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노후대책'에 해당하는 전관예우를 추가했다.
장관과 국회의원들이 벌이는 행동이 하도 어이가 없으니까 입담 걸죽하고 풍자 잘하는친구의 한마디가 좌중의 압권이었다.
"그 인간들 무뇌아 아냐? 하는 짓들이 어떻게 어린애보다도 못해?"
이쯤되면어린애들도 왜 우리하고 비교하냐며 기분나빠 할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그 친구 한마디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경지다.
그 친구의 일갈이 아니더라도 1970년대 사회상을 통렬하게 풍자했던 김지하 시인의 '五賊'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서슬퍼렇던 독재권력을 떠받들고 있던 권력핵심을 직접 겨냥한 譚詩로서 고통받는 민중들에게 통렬한 대리만족을 주었다.
당시 '오적'으로 지목당한 지배그룹은 분기탱천, 김지하 시인에게 '북을 이롭게 했다(용공)'는 죄목을 씌워 감옥에 집어 넣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김지하는 억압받고 고통받는 민중의 입장에서 독재권력에 항거하는 '저항시인'의 대명사가 된다.
그로부터 40년 세월이 흘렀고 시대도 많이 바뀌었다.
김지하 시인의 행보도 시대변천에 따라서 많이 바뀌었지만80년대 필자가 노동운동을 할 당시 김지하 시인은 우리의 우상이었다.
40년 전에 발표되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그의 오적이란 담시가 생각나는 것은 지금의 사회상과도 너무나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는 숱한 댓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여러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룩했고,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국민들의 저항과 민주화운동의 결과로 오랜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쳐 MB정부까지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각의 정권은 개혁과 혁신의 이름으로이른바 오적에 속한 집단들이 구축해 놓은 부정 부패의 사슬들을 끊는 노력을 기울였다.
군부 내에 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정치개혁, 재벌의 비자금 수사,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및인사청문회 실시 등등
하지만 지금 드러나는 사회지도층의 추악한 단면을 보노라면 '오적'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굳이 오적이 어떤 집단인가를 다시 곱씹지 않더라도 권력의 핵심을 이루는 집단은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듯이 새로운 도적질의 필살기를 개발해 낸다.
MB정권이 개각을 통해 임명하려던 국무총리 및 장관들 대다수가 인사청문 과정에서 흠결이 드러났다.
단골메뉴가 된 위장전입에 해당되지 않는 장관후보는 '세상을 얼마나 시원찮게 살았느냐'는 핀잔을 받을정도로 지도층에겐 만연된 범법행위다.
결국 총리 및 장관 후보2명이 낙마하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어디 그 뿐일까?
아마도 지금 오적에 해당하는 지도층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 검증 잣대를 다시 들이댄다면 얼마나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타난 국가지도층의 윤리 도덕 불감증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현직장관의 자기 딸 특채의혹 사건이 터졌다.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다가 몰랐다고 하더니 그에 장관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속속드러나는 물증앞에 더이상 부인하거나 모른다며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한나라의 외교와 통상을 책임진 외통부 장관과 외통부에서 벌인 추태는해외토픽감이다.
나라의 체면은 뭐가 되고, 국민들 상처입은 자존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대판 음서제도라 할, 외교통상부장관 딸에 대한특채사건은 그 자체만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것이 국민들 정서다.
지도층이 자녀의 학교입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던 전력이 비난 받는 것은 실정법 위반과 더불어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특별 채용할 대상자를 내정해 놓고, 공채형식으로 위장한 외통부의 특채사건은 죄질이 훨씬 더 나쁘고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상사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공모해서 선의의 응시생들을 울렸기 때문이다.
모르긴 해도 이러한 관행은 꽤 오래 전부터 이뤄져왔고, 인사라인에서 '상사에게 가장 확실히 신임을 얻는 비법' 쯤으로 전수돼 오지 않았을까 싶다.
부도덕한 담합의 결과로 자식의 앞길이 열린 상사는 '충성심'을 발휘한 부하직원에게 어떤 형태로든 인사상의 '보은'을 했을 것은 불문가지.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 비단 외통부내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럴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특별감사, 국정조사, 특검 등이다.
그런데 특감은 고위공직자가 하고, 국정조사는 국회의원이, 특검은 판검사출신 변호사가 한다.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 또는 김태동 교수가 지목한 신오적(新五賊, 언론, 공해범, 부동산 투기범, 공무원, 판검사 변호사)에 속하는 집단이다.
이쯤되면 그 어느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국민들 입에서는 '믿을놈 하나 없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그 중에서도 국회의원은 국감 혹은 특검 여부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국정감사는 본인들이 직접한다.
국회의원 모두를 다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보편적인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앞서 잠시 예를 들었는데 '전관예우' 차원에서 전직 국회의원에 대해 국민들 세금으로 매월 120만원의 보조금을 주는 것 슬그머니 통과시켰다.
통과시킬 당시는 선배들에 대한 '전관예우'라 하지만 얼마 안있어 자신이 받게 될 혜택이었다.
여당과 야당의 구분이 없었고,진보적이라 자처하는 군소정당의 국회의원들도 반대했다는 주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대했지만 쪽수가 적어서 역부족이었다면온 몸으로단상을 점거하든가 마이크를 빼앗든가 육탄으로 돌격하다가 경위들에게 들려나오기라도 하든가.
힘이 부족한 소수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란 국민의 편에서 대변한다는 명문을 가지는 것이고, 그럴 경우에 언론도 있고, 여론도 있지 않은가?
뒤늦게 이 문제가 사회이슈가 되어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그 결과로 진보적인 국회의원들이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국민정서 즉 여론의 힘이다.
어쨌든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보조금 제도가 세간의 주목조차 끌지 못하고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은 어떠한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알았다면 묵인 방조를 했다는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직무를 해태한 것이다.
만약 뒤늦게라도 여론의 질타가 없었다면 유야무야 넘어갔을 것이고, 뒤에 자신들도 그 제도의 수혜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정안 발의는 생색이아니라 참회이고 속죄의 자세여야 마땅하다.
물론 이제라도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그나마 개혁적인 사람들이고 소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민여론이 이렇게 들끓는데도 개정안 서명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이 얼마 안된다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입법기관인 국회,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현주소가 이렇다.
행정부의 총리와 장차관만 소탐대실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도 소탐대실을 하고 있다.
김지하 시인이 통렬하게 비판했던 五賊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기에'오적'에 대한 글을 퍼다가 덧붙인다.
(출처는 하단에 표기)
[퍼온 글]
시인 김지하(68ㆍ사진)씨가 '2009 오적(五賊)'을 발표했다.
그는 11일 출간된 계간문예지 '자음과 모음' 봄호에
1970년 발표했던 자신의 시 '오적'을 싣고,
그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 15컷을 새로 그려 발표했다.
'오적'은 김씨가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발표했던 시다.
박정희 정권 당시의 특권층인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에 빗대 풍자한 담시(譚詩)이다.
김씨는 그들을 다섯 도둑으로 규정하고,
그 각각에 개 견(犬) 부가 들어가는 한자를 써서 신조어를 만들었다.
개 같은 오적이 도둑질 시합을 벌인다는 것이 시의 내용이다.
오적’을 쓰던 당시의 심정을 훗날 김지하는
“오적이 있으니까 오적을 썼다”는 한 마디로 요약했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다섯 부류의 부정 부패 분자들을 통렬하게
풍자하면서 생존권마저 박탈당한 채 고통받고 있는
민중의 현실을 정면에서 문제삼은 일종의 단형 서사시가 바로 오적이다.
'오적' 발표 직후인 그 해 6월 구속된 김씨는 1970년대 저항시인의 대명사가 됐다.
'2009 오적'은 시의 내용을 형상화한 익살스런 그림들과 함께 실렸고
각 그림에는 '소해 설날 지하 그림'이라는 서명이 붙어있다.
김씨는 '2009 오적'이란 시 제목 밑에는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뒤
'똑 좀비처럼! 한 거지시인이'라는 글을 적어넣었다.
김씨는 "요즘은'오적' 이 아니라 '오백적', '오천적'이 있는 시대"라며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한 젊은이들을 보고, 그들 사이에 풍자적 감각이
유행하는 것 같아 '오적'에 코믹한 삽화를 그려넣어 다시 발표할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자음과 모음' 봄호에는 '오적' 의 절반 정도의 분량이 수록됐으며,
5월 중순 나올 '자음과 모음' 여름호에는 포도대장과 오적이 벼락을 맞아 죽는 장면 등을 담은
그림 10편 정도가 더 추가돼 '오적'의 나머지 부분이 모두 수록돼 나올 예정이다.
▲ 계간 '자음과모음'(五賊). /자음과모음 제공
오적(五賊) 김지하 담시(譚詩)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것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기를 하나 쓰것다. 엣날도 먼옛날 상달 초사흘날 백두산 아래 나라선 뒷날 배꼽으로 보고 똥구멍으로 듣던중엔 으뜸 아동방(我東方)이 바아흐로 단군이래 사회정화(社會淨化)닷, 정인숙(鄭仁淑)을,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차고 밟고 꼬집어뜯고 물어뜯고 업어메치고 뒤집어던지고 꼰아 추스리고 걷어팽개치고 내게 죄가 있다면은 어젯밤에 배고파서 국화빵 한 개 훔쳐먹은 그 죄밖엔 없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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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블로그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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