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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나의친구 2007. 6. 17. 08:44



시인 이원규의 지리산 여름편지 2

<잔치국수 한 그릇의 행복>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풍경은 무엇일까요?

혼자 밥 먹는 일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산중의 늦은 ‘아점’을 차리며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흥얼거립니다.
‘도무지이 알 쑤우 없는 한 가지이/ 사람을 사라앙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거엇 같아-’.
자꾸 반복하다 슬쩍 가사를 바꿔 부릅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을 ‘나 홀로 밥을 차려 먹는 일’로 말이지요.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거나 쓸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구체적인가, 막막한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겠지요.

그런데 혼자 밥 먹는 일은 이 두 가지 쓸쓸함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그리하여 대개는 점심 약속이라도 미리 잡아놓지 않으면 극도의 소외감에 시달립니다.

물론 우리나라 식당의 풍경과 ‘끼리끼리 문화’에 비춰볼 때 혼자 가는 것은 눈총 받기 십상이지요. 겨우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은 기사식당이나 분식집 정도이지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혼자 밥 먹는 시간보다 소중한 시간도 없습니다.
산중에 홀로 밥상을 차리다보면 자연스레 ‘1식3찬’ 정도의 소식을 하게 되는데, 늘 보던 밥알도 더 선명하게 보이고 산나물 반찬의 출처까지 훤하게 보입니다.

말하자면 혼자 밥 먹는 일이 일종의 명상이 되는 것이지요.
마치 ‘이 음식은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보리를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라는 실상사 공양간의 게송처럼 말이지요.

이따금 나도 외식을 하는데 주로 5천원짜리 이하를 사먹습니다.
한 끼 식사비가 그 이상이면 입맛이 떨어집니다.
우리나라의 외식비가 인류 보편성을 벗어나있기 때문이지요.

산행 뒤에는 4천원짜리 돼지국밥을 사먹고,
나의 ‘애마’ 은빛 모터사이클을 타고 지리산과 섬진강변을 달리다 출출해지면
3천원짜리 잔치국수를 사먹습니다.

19번 국도를 달리다보면 화개장터 근처 전남과 경남의 경계지점에
등나무 그늘로 뒤덮인 간이휴게소가 있지요.

바로 이곳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후루룩 후루룩 맛나게 먹는 잔치국수 한 그릇의 행복-.
많이 출출한 그대도 입맛이 도는지요.

<문화일보 AM7 6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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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나의친구 2007. 6. 17. 08:39

일시 : 2007.6.6.10(일)

장소 : 가은초 교정 추진자 : 정재원 회장:심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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